한전‧한수원, 미 콜럼비아 연방법원서 웨스팅하우스에 피소

폴란드 원전 APR1400 수주 가능성 고조에 ‘2000년 인수한 컴버스천 사 특허 침해’ 주장

이호성 승인 2022.10.24 21:33 | 최종 수정 2022.10.25 01:23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21일 (현지시각) 한전과 한수원을 상대로 미국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소는 폴란드 정부 기후부가 한전 및 한수원과 APR1400 원자로 수주 사전 협정 체결을 준비하는 데 대해 웨스팅하우스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첫 움직임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콜럼비아연방법원에 APR1400 원자로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 대상이 되는 원자로 원천 기술 특허에 포함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 기술 정보를 수출 상대국과 공유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청구했다.

폴란드 정부는 현재 미국 웨스팅하우스, 한국 한전-한수원, 프랑스 EDF의 원자로 수주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폴란드의 한 언론은 폴란드 현지 국영전력회사인 PGE와 한전-한수원이 원자로 건설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웨스팅하우스와 EDF의 원자로보다 한전-한수원의 원자로가 더 저렴하다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대해 폴란드 기후부는 23일 미국에 방문해 미국 에너지부와 회담 후 “이번 회담은 원자력발전소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만간 원자로 공급 업체 1차 발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이번 소송에서 웨스팅하우스는 한전 한수원 원자로 설계에 자사의 기술 특허권이 포함되며 APR1400 원자로의 실제 배치에는 자사의 동의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측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APR1400이 미국 원자력 회사인 구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원자로 디자인인 ‘시스템 80’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개발됐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은 다국적 회사로 1912년 미국에서 설립돼 2000년까지 ABB, 알스톰, 웨스팅하우스 등 여러 회사로 사업부가 분산 인수됐다. 그 가운데 웨스팅하우스가 원자력 사업을 인수하게 되면서 관련 디자인 특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권까지 언급하는 것은 원전 및 원전 기술의 수출 규제를 규정한 ‘파트(Part) 810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에너지부가 미분류 원자력 기술 이전, 미국 내외의 해외 원자력 활동 지원을 허가할 법적 책임이 있음을 명시했다.

미국 현행 원자력법(1954) 하위 법령인 이 조항에 따라 에너지부 장관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만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특수 핵 물질 생산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핵연료 주기활동은 물론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연구용 시험용 원자로와 관련된 이전 및 지원에 적용된다. 이전은 종이 문서, 전자 매체의 이전, 전자적 이전, 지식 및 전문지식 이전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한편 국내 원전업계에 따르면 APR1400은 우리나라 주력 원전 모델인 OPR1000을 개량해 개발한 차세대형 원전이다. 1992년 12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국가선도 기술개발과제(G-7)를 통해 개발했다. 한국표준형원전(KSNP)인 OPR1000은 초기 개발과정에서 당시 경영난에 빠진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의 ‘시스템(System)80’을 인수하고 설비를 개선해 개발했다.

이에 대해 한전과 한수원은 이날 공동자료를 내고 “소송을 제기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원전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전과 한수원은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의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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