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농지에서 농작물과 친환경 전력을 동시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적용한 농지에서는 농작물 생산을 위해 광합성에 필요한 태양광은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식물의 광합성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광포화점을 초과하는 잉여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본지는 지난달 13일 40여개 매체 기자들과 함께 경남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학교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에 방문했다. 한국동서발전이 2019년 실증과제 기금을 조성해 만들어진 이곳에는 총 설치 면적 1950㎡ 넓이에 100킬로와트(kW)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갖췄다.
| 현장 생산 전기, 실증단지·대학 운용 전력 활용…농작물도 사회공헌활동에
이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은 지난해 기준 연간 총 130메가와트시(MWh)로, 실증단지와 영남대 운용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가정용 기준 연간 14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 전력거래소 등을 통해 전력을 판매할 경우 예상 수익은 약 3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서 생산된 농작물은 과제 주관사인 동서발전이 장학금과 이웃돕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실증단지는 구역별로 일반모듈, 수직형 모듈, 협소형 모듈 등이 함께 설치돼 운영 중이며, 농지에는 벼와 대파가 자라고 있었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 연구팀은 영농형 태양광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 모니터링 및 영농형 태양광 표준화 국책과제를 진행 중이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5월 영농형 태양광 최적화 모듈을 제작해 이곳에 공급했다. 현장 면적 중 297㎡에 설치한 20kW 용량의 양면형 일반 모듈, 165㎡에 설치한 10kW 용량의 협소형 양면 영농형 전용 모듈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제품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전력 생산을 위한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휴·폐경 농지를 활용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오히려 태양광 발전과 식물 경작이 하나의 현장에서 함께 이뤄진다. 영남대 실증단지는 농경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태양광 모듈을 쓰고, 철거가 쉬운 구조물을 설치했다. 이앙기·콤바인 등 농기계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작업할 수 있도록 모듈의 높이는 3~5미터(m)로 높인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농작물 수확량은 일반 농지보다 소폭 줄어들 수 있지만, 전력 생산을 통해 농지 생산성과 농업인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 영농형 태양광 단지 작황, 종류에 따라 일반 농지 대비 최소 80% 최대 125%
영남대 연구진이 실증한 결과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 하부 농지에서 대파, 밀, 배추 수확량은 일반 농지 또는 적용 전에 비해 최소 8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부 작물은 영농형태양광 모듈이 햇빛과 복사열에 따른 식물의 스트레스를 줄여 생육을 돕는 효과까지 관찰됐다. 영남대 과수원에서 진행한 실증연구 결과는 더 흥미롭다. 영농형태양광 하부 농지의 포도 수확량이 일반 농지에 비해 125%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국내 77곳의 실증단지에서 벼, 밀, 콩, 녹차 등 다양한 작물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실증연구 결과 작물 수확량은 일반 농지 또는 적용 전에 비해 최소 71%, 최대 111% 수준을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영남대 등 국내 실증단지에서 작물 수확량이 기대와 달리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정재학 교수는 “태양광 패널이 태양광을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아 주면서 땅의 온도가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고 토양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특히 포도는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을 때 오히려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벼만 재배할 때보다 수익 2~6배 차이…농촌 활성화 재생E 보급 ‘일거양득’
동서발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기 소유 농지 2150㎡에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해 벼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면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은 986만원이다. 같은 면적 농지에서 벼농사만 지을 때는 160만원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농지를 임대하더라도 예상수익은 395만원으로 벼농사만 지을 때보다 2배가 훨씬 넘는다.
실증단지에서는 영농형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스프링클러 등 전동 관개시설을 작동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충당하고 있다. 현장에 비가 왔을 때 지면에 흡수되는 빗물의 일부를 태양광 모듈 하부에 설치한 파이프를 통해 물탱크에 모았다가 가뭄이 들었을 때 스프링클러를 돌려 물을 준다. 전동 장치를 활용하지 않을 때 생산되는 전력은 지중선로를 통해 연결된 영남대에 공급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
한화큐셀은 2021년에는 KS인증 중에서도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태양광 최적화 모듈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에 자사 모듈을 공급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겸 전무는 “영농형태양광은 농촌 경제 활성화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솔루션”이라며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에 최적화된 친환경 모듈을 지속 공급하며 농촌을 이롭게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나라도 활성화 법률 마련 ‘박차’…내년 시행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기대
각국은 영농형태양광 단지 활성화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 영농형태양광 관련 법안을 만들어 10년이 지난 올해 기준으로 약 4000곳 이상의 영농형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영농형태양광 모듈 하부에서 농경을 지속하는 경우에만 최대 20년간 발전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프랑스는 영농형태양광을 농업보호시설로 인정하고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외국 사례에 자극을 받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에서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법률 제·개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하는 농지법 개정안과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제정)’, 영농형 태양광 설치를 위해 농지의 복합이용 개념을 도입하는 농지법 개정안, 영농형 태양광 설치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제정)’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률안은 모두 최장 25년에 달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의 수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올해 제정돼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도 영농형태양광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 제2조에 따르면 농촌공간을 효율적으로 개발·이용·보전하거나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의 기능을 재생·증진하기 위해 지정하는 농촌특화지구를 도입한다. 지정권자는 시장·군수 등으로, 주민은 협정을 체결하거나 협의회를 운영하면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같은 법 제12조에는 농촌특화지구 가운데 하나로 재생에너지지구를 명시하고 ‘에너지원의 환경친화적 전환 등 탄소중립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설을 집단화할 필요가 있는 지구’로 규정했다. 이 법률 제41조에 따르면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사업 시행자가 받을 수 있는 국유·공유 재산 일시 사용허가 등의 기간이 최장 20년이다. 내년 법률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시 재생에너지지구에서 영농형태양광 사업 등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 기간 규정을 준용하거나 더 길게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정재학 영남대 교수는 “제한적이나마 이 법에 규정된 재생에너지지구에서 영농형태양광을 장기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관련업계 및 학계와 논의해 전국 77곳의 영농형태양광 실증단지를 재생에너지지구로 우선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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