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믹스커피용 커피 과립을 만드는 ‘분무 건조’ 기법을 이용해 고용량 이차전지의 전극을 만드는 건식 제조공정을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재료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분무 건조 기법을 전극 대량생산용 건식공정에 적용하면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 간의 혼합을 개선해 활물질 함량을 최대 98%까지 구현할 수 있다.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최근호에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용량 이차전지 구현을 위한 ‘분무건조 기술 기반의 고성능 건식 전극 제조기술’은 식품업계와 제약업계 등에서 널리 쓰이는 ‘분무 건조(spray drying)’ 기법을 이용한다. 재료연구원 연구진은 활물질과 도전재를 액체 슬러리 형태로 섞은 다음 유리관으로 된 고온의 챔버에 분사했다. 챔버 내부의 높은 온도로 용매는 순식간에 증발되고, 고르게 혼합된 활물질-도전재 복합 분말만 얻어내는 원리다. 이는 커피 농축액을 분사하면서 뜨거운 바람을 가해 고체 형태의 분말을 얻는 커피믹스 대량생산 방식과 동일한 공법이다.

분무 건조 기법으로 만들어진 활물질-도전재 복합 분말은, 건식 공정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한 전기연구원 연구진에 의해 고용량 전극으로 탄생했다. 연구진은 활물질-도전재 분말을 바인더와 혼합한 뒤, 특수 설계된 장비를 통해 바인더를 실처럼 가닥으로 늘려내는 일명 ‘섬유화(Fibrillation)’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활물질-도전재-바인더가 구조체로서 더욱 잘 엮이고, 정교하게 결합됐다. 연구진은 결합된 활물질-도전재-바인더를 밀도가 균일한 얇은 필름 형태로 만드는 ‘캘린더링(Calendering)’을 실시해 배터리용 전극까지 제조했다.

이차전지 전극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활물질’과 전기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 그리고 일종의 접착제인 ‘바인더’를 섞어 제조한다. 건식공정은 용매 없이 고체 상태 파우더로 섞을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지만, 균일한 혼합이 어려웠다. 습식 공정은 용매를 활용해 균일하게 혼합된다.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과 제품은 친환경 고용량 이차전지를 만들 수 있는 저비용 기술이다. 이차전지 내부 물질 간 최적 혼합도 가능하고, 도전재 함량을 줄일 수 있으며, 그 빈자리를 전지 용량과 직결되는 활물질로 채울 수 있다.

전기연구원과 재료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다수의 실험을 통해 도전재 함량을 기존 건식 전극 문헌에 보고되는 2~5%에서 0.1%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낮췄고, 활물질 함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98%까지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으로 제조된 건식 전극은 상용 전극(2~4mAh/㎠)의 2배에 달하는 약 7mAh/㎠의 면적당 용량(Areal Capacity)을 달성했다. 관련 연구결과는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재료 및 화학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논문이 최근 게재(IF 13.3 / 상위 3%)됐다. 이번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CAP21044-210)과 산업부 기계장비산업기술개발사업(RS-2024-00507321)을 통해 공동 융합연구 과제로 진행됐다.

황인성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전극 내부 소재들의 최적 조합으로 에너지 밀도와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전고체전지나 리튬황전지 등 차세대 전지 분야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희 한국재료연구원 융복합재료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후속 연구를 통해 공정 비용 절감과 양산성 개선을 진행하고 기술 성숙도를 높여, 향후 기업체 기술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지희 한국재료연구원 선임연구원(앞줄 왼쪽)과 황인성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앞줄 오른쪽)이 분무 건조 기법을 활용해 고용량 이차전지 건식전극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c)한국전기연구원
황인성 전기연구원 선임이 이차전지 전극을 제조하는 공정 가운데 캘린더링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왼쪽 위). 분무 건조 기술과 건식 공정 기술 융합 모식도(왼쪽 아래). 이차전지 전극 제조용 분무 건조 장비(오른쪽). (c)한국전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