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석탄공사의 마지막, 그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

한국의 자원 한국의 이익 되길…무조건 버리는 대신 활용 방법 모색해야 / 오병호

에너지산업신문 승인 2024.08.26 21:51 | 최종 수정 2024.08.26 21:52 의견 8

[에너지산업신문]

대한석탄공사는 한국 산업화의 중추 역할은 물론, 우리 강산이 푸르러지는 데에 일조한 한국 석탄 산업의 산 증인 같은 기관이다. 석탄공사가 7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내년에 문을 닫는다.

현재는 공석이지만, 머잖아 선임될 새 사장은 이 공기업의 마지막 1년을 함께 한다. 적임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재임 기간은 짧지만, 책임은 무겁기 때문이다. 폐업 준비, 노사 합의 등 무엇 하나 순탄치 않다. 그렇기에 더욱 이목을 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대한석탄공사가 이제껏 지탱해 온 ‘석탄’이라는 ‘자원’이다. 거의 모든 자원이 우리에게는 수입품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국내에서는 정치적 논란으로 중단됐지만, 세계적으로는 자원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그렇다면 한국의 석탄이 세계 자원 경쟁의 대상물이 될 가능성은 전무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는 이미 국가가 포기한 자원을 해외 기업이 재조명해 차지한 사례가 있다.

텅스텐을 캐내는 강원도 상동광산이다. 텅스텐은 최근 자원 가격 상승국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도 영월의 상동광산은 공기업인 대한중석이 가지고 있었지만 1990년대에 폐광되고 회사는 민간에 매각됐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상동광산의 고품위 텅스텐 광석의 경제성에 다시금 주목한 광업 기업들은 광업권에 꾸준히 눈독을 들여왔고, 결국 한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면서 최근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 자원을 손에 넣어 이익을 독차지하는 것을 보고만 있자니 심히 고통스럽다.

이미 국내 연탄 사용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석탄은 사양화됐다는 것이 대한석탄공사 폐지와 산하 광산 폐광의 명분이다. 하지만 석탄, 그리고 원소로서의 탄소가 고함량으로 저장된 무연탄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석탄 액화 연료 기술, 인공 다이아몬드 기술 등은 그 예다. 지금은 비싼 그 기술은 점차 저렴해질 것이고, 기술이 개발된 뒤에 폐광과 매각이 이뤄져도 늦지 않다. 폐광되는 석탄광산 역시 폐허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탄소포집저장고 및 고온고압 재현 연구시설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석탄을 단순히 없어져야 할, 없어지게 될 자원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산업화 시대를 선도했던 무연탄 산업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미래를 모색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대한석탄공사의 새 사장도 폐업이라는 단기적 고민을 넘어, 자원개발과 석탄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사이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고 폐광과 폐업을 급하게, 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추진한다면 결과는 암울하다. 최악의 결과는 한국의 자원이 한국의 이익이 아닌 외국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또다시 지켜보아야 하는 일이다. 대한석탄공사는 대한중석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오병호 (작가, 한국재정지원운동본부 이사)

대한석탄공사 원주 본사 사옥. (c)에너지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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