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대한석유협회는 국내 정유업계의 지난해 휘발유와 경유 수출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하지만 환율 영향은 물론,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 지난해 수입한 휘발유와 항공유 등의 유종이 올해는 해당 국가에 전혀 수출되지 않으면서 총 수출액은 감소했다. 반면에 미국과 필리핀에 수출된 경유는 지난해에 비해 70% 이상, 싱가포르에 수출된 항공유는 80% 이상 물량이 확대됐고, 일본은 전 유종에서 20~30% 내외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급감을 막았다.

대한석유협회가 최근 공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수출한 휘발유는 1억 1189만 배럴, 경유는 2억 166만 배럴이다. 이는 석유 수출통계가 작성된 1992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휘발유와 경유 수출 신기록에 힘입어 전체 석유제품 수출도 전년대비 4.8% 증가한 4억 9045만 배럴로, 2018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 중 52.5%를 정제해 수출했다. 다만 석유제품 수출액은 수출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2.9% 감소한 451억 7000만 달러(약 61조 6100억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와 경유 수출량 최대치 기록은 지난해 글로벌 정제마진 약세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국내 정유사가 경질석유 제품 수출 확대로 돌파구를 모색한 결과라는 게 석유협회 측 평가다.

휘발유, 경유 이외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항공유 수출량도 3% 늘어난 8826만 배럴에 달했다. 제품별 수출량 비중으로는 경유가 41.1%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휘발유22.8%, 항공유 18.0%, 나프타 8.1% 순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수출은 전년대비 12.1%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낸 가운데 대일본 수출량은 33% 급증했다.

일본은 탈탄소화 및 에너지 절약 일환으로 10년 전 정유공장을 통폐합해 정제능력과 연료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엔저현상에 따라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휘발유와 항공유는 부족했다.

국가별 수출량은 호주 18%, 일본 12.9%, 싱가포르 12.5%, 미국8.8%, 중국 8.7% 순이다. 호주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경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7억 8000만 리터의 경유 저장시설을 확충했고, 2024년 하반기부터 석유수입업자에 대한 의무 비축 일수도 28일에서 32일로 확대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미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에너지·통상 정책 영향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이 높아져 올해 석유제품 수출환경도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며 “정유업계는 정제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국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에 주력해 석유제품 수출의 질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휘발유와 경유 등의 유종 수출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c)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