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먹고 남은 속대, 바이오항공유 원료로

에너지기술연구원, 옥수수속대 화학처리 후 바이오 연료·플라스틱 전구체 ‘레불린산’ 생산

조강희 승인 2023.05.24 01:22 | 최종 수정 2023.05.24 10:52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옥수수 알을 빼먹고 나면 남는 줄기 부분인 ‘속대’를 열화학 처리해 바이오 항공유와 바이오플라스틱의 중간물질(전구체) ‘레불린 산’을 만드는 최적화 공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생산 수율은 20%에 달한다.

23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이 공정을 개발한 주인공은 민경선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박사팀이다. 레불린 산은 보통 꼬시래기나 모자반 등의 식용 해조류로 생산해 왔다.

민경선 박사팀은 레불린 산의 원료를 비식용성 농업폐기물로서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일종인 옥수수 속대와 볏짚 등으로 바꾸기 위한 연구를 이어 왔으며, 마침내 이를 이용해 레불린 산을 생산하는 산화공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산촉매 농도, 반응 온도, 시간 등을 통계학적 방법으로 최적화해 옥수수 속대 유래 레불린 산 생산 수율 최적화에 성공했다.

바이오 항공유는 2020년에는 전체 항공유 중 약 0.01%를 차지하는데 불과했지만, 2070년에는 35% 까지 그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바이오 항공유를 이용한 시험 비행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레불린 산(Levulinic Acid)은 바이오매스 유래 당(糖) 성분의 최종 산화물이다. 바이오 항공유와 같은 수송용 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의 중간 원료로 활용된다. 이 레불린 산을 수소화하면 4-히드록시발레르 산을 만들 수 있고, 이것이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 원료다. 하지만 자연계에는 레불린을 수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없다.

민경선 박사는 이미 2021년 레불린 산과 구조가 유사한 아세토아세트 산을 수소화하는 효소를 개량해 레불린 산을 수소화하는 새로운 효소개량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산화해 레불린 산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이번 연구는 같은 연구진이 개발한 효소개량 기술과 직결된다. 농업폐기물이 바이오 연료로 재탄생하는 고부가가치화 과정을 완성한 것이다.

특히 레불린 산을 수소화하는 효소 반응 과정에서 외부 수소 공급 없이 바이오매스 산화 과정에서 나오는 개미산을 액상 수소 공여체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체 공정의 경제성을 높이고, 바이오매스로부터 생산된 모든 성분을 사용하는 전수 활용에 가까운 공정이 만들어졌다.

이번 연구는 기존 당 기반 바이오리파이너리에서 부산물로 취급된 레불린 산을 바이오 연료, 바이오플라스틱의 직접 원료로 활용하는 비당질계 바이오리파이너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비당질계 원료인 레불린 산은 수소, 전기가 대체하기 어려운 항공유와 대형차용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원료가 된다.

민경선 박사는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자라났지만 수확 후에는 버려졌던 농업폐기물을 바이오리파이너리의 원료로 활용해 레불린 산과 같이 다양하게 확장되는 중간 원료로 전환하는 산화 공정 개발은 탄소중립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기본사업인 ‘바이오항공유 생산 수율 10배 향상을 위한 비식물계 생촉매 개발연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농업공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바이오리소스 테크놀로지(Bioresource Technology)’에 게재됐다.

한편 석유정제를 대체하는 바이오리파이너리는 석유 원료를 투입해 생산하던 에너지, 연료, 화학제품 등을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 원료를 투입해 생산해 내는 시스템이다. 세계 바이오 시장은 바이오매스 등 원료가 풍부한 국가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바이오연료 사용 의무화 제도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국제환경 규제에 효과적인 동시에 필수적인 수단으로 친환경 바이오연료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와 함께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7년부터 탄소감축 상쇄제도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하면 항공사에게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했다.

농업 폐기물 산처리 최적화 실험을 위한 소형 반응기 운전 장면. (c)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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