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석탄발전소 다시 보니…고용량 재생에너지 저장 수단

에너지기술硏, 전력硏 기계硏과 ‘카르노배터리’ 기술 워크숍

심진우 승인 2024.05.17 13:46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비용이 적게 들고 대용량을 구현할 수 있으며, 장시간 동안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에너지 저장 수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고효율 에너지저장 수단으로서 국내 연구진들은 최근 ‘카르노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카르노배터리는 전기히터 또는 히트 펌프를 이용해 재생 전력을 600℃ 이상의 고온 열에너지로 변환하고 돌, 모래, 금속 등 열매체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다시 전력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많은 전력을 10시간 이상 저장하면서도 양수발전 수준의 저비용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르노배터리는 지멘스 가메사에서 5.4MW/130MWh급 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미국, 독일과 같은 기술 선진국 중심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절반 가량이 폐지될 예정인 가운데, 이들 설비의 보일러 계통을 열매체 저장소로 교체해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열로 변환하고 저장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보일러 계통 이외의 나머지 부분을 살리는 동시에 용량이 큰 전력을 저장할 수 있고, 경제성과 친환경성이 높아진다.

현재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하는 데에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있으나, 비용이 높고 수명이 짧은 것이 단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와 발전량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예정이어서, 장주기 저장장치는 2036년까지 22.6GW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17일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전문가 70여명이 모여 ‘카르노배터리(Carnot Battery)’의 기술 및 정책 현황,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한전 전력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두산에너빌리티, 만에너지솔루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에서 연구진들이 참석했다.

에너지연은 카르노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저비용·고온 저장 열매체 기술을 가동 중단 발전소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카르노배터리 관련 신규 사업 기획 추진현황’을 설명했으며, 에너지연을 비롯한 연구기관은 카르노배터리용 고온 열저장과 히트펌프 연구 개발 내용, 국제공동연구 현황을 공유했다.

산업계 발표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장주기 열에너지 저장 시스템 적용 사례 및 고온 열저장 매체 개발 계획’, 만에너지솔루션(MAN-ES, 스위스 에너지기업)의 ‘히트펌프 활용 카르노배터리 신사업 사례’가 발표됐다. 한국과학기술원은 ‘창업 기업의 카르노배터리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학계의 동향을 소개했다.

조준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워크숍을 통해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이 모여 카르노배터리 국내연구 활성화와 향후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초기 단계인 카르노배터리 분야에서 유관기관의 협력과 역량 결집을 통해 한국이 퍼스트무버로서 기술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현 박사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족한 카르노배터리 국제공동연구프로그램에 한국 대표로 참여해 글로벌 기술, 신사업, 정책 방향 설정 등에 한국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한편 카르노배터리의 모체가 되는 카르노 기관은 고온 저압의 이상(理想) 기체를 작동 유체(물질)로 사용하며, 이론 상 열의 외부 손실이 0인 실제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관이다. 18세기 프랑스의 물리학자 니콜라 카르노는 열은 높은 온도로부터 낮은 온도로 옮겨질 때에만 힘을 얻을 수 있고,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옮겨질 때는 외부의 힘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는 열역학제2법칙의 근간이 됐다.

17일 대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카르노배터리 워크숍. (c)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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