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이온 전지 음극재, 전자레인지 원리로 빠르고 쉽게 제조

한국전기연구원, 마이크로파 유도 가열 통해 하드카본 음극재 30초 만에 제조 성공

김성욱 승인 2024.10.08 18:09 | 최종 수정 2024.10.08 18:33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김대호·박종환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박사팀은 ‘나트륨 이온 전지’의 경질 탄소 음극을 30초 만에 신속 제조하는 획기적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8일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전자레인지의 원리인 마이크로파 유도 가열 기술을 활용해 급속하게 가열하는 것이다. 김대호·박종환 박사팀은 먼저 고분자 원료에 전기가 잘 통하는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소량 섞어 필름을 만들었다. 여기에 마이크로파 자기장을 가해 주면 탄소나노튜브에 유도 전류가 발생하게 되고, 필름 소재만 30초 만에 선택적으로 1400℃ 이상 고속 가열되는 원리다.

핵심 기법은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멀티피직스 시뮬레이션(Multiphysics Simulation)’이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파 대역의 전자기장이 나노소재에 가해질 때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고, 나트륨 이온 전지 음극재를 제조하는 신개념 공정 방식을 창조해 냈다. 마이크로파 자기장 이용 전도성 소재 박막균일 열처리 기술, 나노융합연구센터의 탄소나노소재 기술 등을 활용한 성과다.

연구 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케미컬엔지니어링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IF : 13.3, JCR 상위 3%)’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 게재에는 전기연구원에서 학연 협동 과정을 수행했던 류경범·신지원 학생연구자가 공동 1저자로 함께했다.

차세대 이차전지 중 하나인 나트륨 이온 전지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Li)을 나트륨(Na)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매장량이 리튬의 1000배 이상으로 많고, 채굴 및 제련도 쉽다. 나트륨의 반응성은 리튬보다 낮아 전지 내부에서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고속 충·방전에 유리하며, 낮은 온도에서도 성능이 잘 유지된다.

나트륨이온전지는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수명이 길지 않다. 나트륨 이온은 리튬 이온보다 입자가 커 리튬이온전지 음극재인 흑연보다 층간 거리가 큰 경질탄소(hard carbon)를 활용해야 한다. 숯이 대표적인 경질탄소로,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공간에 목재 등을 넣고 1000℃ 이상의 고온으로 장시간 태우는 탄화 공정이 필수다. 비용이 많이 들고 대기환경에 부담이 돼 나트륨 이온 전지 상용화를 막는 원인 중 하나다.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에는 에너지 저장 소재 기업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수요 기업을 발굴해 기술 이전을 추진한다. 한편 이번에 음극재 제조에 큰 도움이 된 마이크로파 유도 가열은 고온 소성 공정이 필요한 전고체전지 제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음극재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대면적 하드 카본 필름을 연속 양산하는 기술도 개발하기로 했다.

박종환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전기차 화재 사건 등을 계기로 주목받은 나트륨이온전지의 비싼 음극재 탄화 공정 비용을 이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대호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마이크로파 유도 가열 기술은 하드 카본을 빠르고 쉽게 제조할 수 있어 나트륨 이온 전지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대호·박종환 박사(왼쪽 위 사진 앞줄)와 연구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는 마이크로파 유도가열장비(오른쪽)를 이용해 경질탄소를 제조하는 장면. (c)한국전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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