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에서] 새 광해광업공단, 존재 지속 가능성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안 될 문제 ‘산적’…자본금·부실 규모·자산 현황·조직·수장 등

강희찬 승인 2021.04.06 00:56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지난 1일 서울 종로 석탄회관에서는 광해광업공단 설립위원회가 꾸려졌다. 산업부 차관이 위원장이 되고, 기재부, 광해공단, 광물공사, 에너지 학계 인사, 회계사, 변호사 등이 위원을 맡아 새로운 공단의 출범을 논의하게 된다.

이 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6개월 정도다. 일단 운영 규정과 설립 추진 일정, 설립과 관련 전문기관 용역 추진계획 등이 심의·의결된 상태이니, 전반적인 운영은 이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활동 기간이 고작 6개월이라면 실무가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 법정 자본금은 3조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증액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이것을 설립위원회가 의제로 올려야 한다.

당초 지난 2018년 발의됐던 광물자원공사의 증자 법안은 현재 추진 중인 법정 자본금보다 1조원 많은 4조원으로 하는 안이었다. 그로부터 3년을 거슬러 올라간 2015년 당시 정부가 추진했던 안이 바로 3조원 안이다.

그러니까 두 개의 기관을 이제 와서 합치는데 정작 자본금이 지금으로부터 6년 전에 보수적으로 잡은 액수라면, 과연 이 기관을 운영하는 데에 충분할까. 오히려 문제가 됐던 광물자원공사의 증자를 위해 발의됐던 3년 전의 안처럼 4조원은 되어야 일이 조금은 수월하게 풀릴 것이다.

새로운 기관이 들어서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려움에 빠진 기존 사업의 정리다. 이 일이 가장 버거운 일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야말로 마구 털고 가서는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상에 오르내렸던 ‘광물공사 부실의 원흉’ 남미 구리 광산의 위상은 어떨까. 국제 구리 가격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만하다. 구리 가격은 지난 6년간 등락을 거듭하면서 2015년 톤당 5~6000 달러 수준에서 8~9000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런 것은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기존 광해공단의 폐광지역 지원 재원을 광물공사 해외자원 부채 관리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제한을 뒀다면, 매각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수익이 창출된 사례가 있을 경우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를 해야 한다. 현재의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자산 가격이 어느 정도 올랐는지, 그래서 어느 정도가 헐값이 아닌 제값인지 면밀하게 다시 실사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에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둔다고 하는데, 아예 공단에서 완전 분리하고 전혀 다른 새로운 조직이 담당하게 한다면 법정 자본금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인력은 또 어떠한가. 광해공단 230명, 광물공사 470명 등 통합기관은 약 700명이 모여 있는 기관이 될 것이다. 인원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는 상황에서 인력 재배치를 별다른 잡음 없이 잘 처리할 수 있을지는 정말 미지수다. 기존 사업을 더 단단하게 운영하기 위해 인력 수요를 조사하는 것은 설립위원회의 책임이다. 하지만 6개월 동안 고작 여섯 번의 회의로 그것을 다 실사해 낼 수 있을까.

새로 들어서는 기관의 이사장 선임 문제 역시 난제다. 합친 기관의 위상을 공사가 아닌 공단으로 정한 것부터가 기관에 정부 입김을 더 강하게 들이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뒷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이고 기존 조직의 향수고 다 떠나서, 이 위기를 잘 돌파할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 기존 조직의 이기주의에 파묻혀서도 안 되고, 주무 부처의 명령만 잘 듣는 사람도 곤란하다.

광업공단은 정부로서도, 그리고 통합 대상이 된 양 기관으로서도, 국민으로서도 해 보지 않았던 실험이다. 이런 실험을 이제 와서 하는 것이 버겁지만, 지혜를 모아서 꼼꼼하게 해야 한다. 대충대충 하다 보면, 통합되는 그 기관 역시 3년·5년·8년·10년 뒤에 존폐기로에 서게 될지 어떨지 알 수 없다. 통합 공단의 1순위 목적은 존재의 지속 가능성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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