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시멘트 공장은 석회석 등 원료를 굽기 위해, 버섯 농장은 배양토인 버섯배지를 살균하는 데에 열원을 많이 사용한다. 반도체 산업에도 웨이퍼의 산화, 증착, 열처리 등에 고온 열원을 사용하고, 이를 식힌 냉각수가 폐열을 머금고 있다.
대기에 고온의 열이 다량 배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열원으로 보일러의 물을 끓일 수 있으면 전력 생산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활용 방법이 끊임없이 연구돼 왔다.
| ‘폐열발전 30년 활용’ 시멘트 업계 눈여겨본 한국동서발전
시멘트 업계가 1992년 한라시멘트를 시작으로 폐열발전을 발빠르게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6곳의 시멘트 회사 폐열 발전 용량은 143메가와트시(MWh)다. 현재까지 업계 최대 규모는 쌍용양회 동해공장의 폐열발전 설비로 43.5MWh에 달한다.
국내 시멘트 업계의 폐열발전 해외 전수 가능성을 눈여겨 본 것은 한국동서발전이다. 동서발전은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성신양회 본사에서 이 회사와 ‘해외 에너지효율화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시멘트 공장 폐열을 활용해 화석연료를 덜 쓰는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 여기에 폐기물 매립지 가스까지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렇게 줄인 온실가스는 파리협정 상의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 배출권으로 확보한다.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국외 감축실적을 국내로 이전하는 것이다. 파리협정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해야 한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성신양회와 손잡고 온실가스 국제 감축사업을 공동개발하게 돼 기쁘다”며“동서발전은 자체 탄소배출 감축은 물론, 국내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과 협업해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외 배출권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폐열발전설비 투자 국영 시멘트회사 있는 베트남, 확산에 최적
성신양회 단양공장에도 지난 2012년 준공해 가동 중인 29.5MWh 규모의 폐열발전 설비를 갖췄다. 성신양회는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등지에 자회사 형태의 해외 레미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영업망인 현지 시멘트 공장에 폐열발전을 확산시킬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동서발전과 성신양회가 추진하는 폐열 발전 해외 확산의 첫 상대국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국영기업 베트남시멘트생산공사(VICEM)가 연간 2620만톤의 시멘트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소성로 가스의 폐열회수발전설비에 투자해 총 사용 전력의 30% 가량을 절감하고 있다.
베트남은 인도네시아, 칠레, 우즈베키스탄 등과 함께 한국과 국제 감축사업을 협약한 7개 국가 중 하나로 양자 협력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개발할 수 있다.
| 최저 배기 온도 350℃ 시멘트 공장에 화력발전 증기터빈 적용
시멘트를 건축용으로 사용하는 핵심 성질은 수경성(水硬性)이다. 석회석을 갈아 모래를 섞고 물과 버무려 바르면 굳는 성질이다. 원료를 구워 주면 이 수경성이 더욱 강화된다. 이 때문에 시멘트 공장은 열에너지를 많이 쓰고, 낭비되는 열에너지도 많다.
석회석, 모래, 점토, 산화철 등 시멘트 원료에는 수경성을 방해하는 탄산(이산화탄소)이 잔류할 수 있다. 잔류 탄산을 없애는 예열기 공정의 적정 온도는 850~950℃에 이른다.
예열기를 통과한 시멘트 원료를 굽는 가마를 소성로(燒成爐, 킬른)라고 하는데, 소성로 공정의 적정 온도는 1350~1450℃ 가량이다. 소성을 거쳐 생성된 덩어리 형태의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냉각하는 공정도 최저 온도가 350℃에 달한다.
이 공정에서 대기로 배출되기 전의 배기 가스 온도를 이용해 고온 고압 증기를 만들 수 있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리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폐열발전설비다. 일반적인 화력발전 설비의 증기 터빈을 시멘트 공장에 적용한 것이다.
| 버섯배지 살균 연화 처리 120℃ 폐열 등도 회수해 활용
한국동서발전은 농업 폐열도 활용하고 있다. 2022년 버섯배지 생산 농가인 경남 함양군 농업회사법인 지리산종균에서 ‘폐열회수시스템 1호’를 준공해 운영 중이다. 지리산종균은 버섯 배지를 살균하는 데 쓰인 폐열을 열교환기에 공급해 보일러에 들어가는 물을 예열하는 방식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인다.
버섯배지는 버섯이 자라는 배양토다. 병 재배 및 봉지 재배용 버섯배지는 버섯균을 배양하고 잡균을 죽이기 위해 120℃ 이상의 온도로 연화 처리한다. 배기 온도는 물의 끓는점인 100℃보다 높아 이를 활용하면 발전용 터빈을 돌릴 수 있는 증기를 만들 수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이외에도 원예시설, 양계장 등에 등유보일러 대신 고효율 난방기인 공기열 히트펌프나 가축분뇨 연료 보일러를 보급하고 있다.
| 반도체 웨이퍼 열처리 냉각수 폐열, 집단E 회수 기술 개발 착수
최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삼성전자 DS 부문,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 시설 및 기타 시설에서 발생하는 냉각수의 폐열을 지역난방 열로 활용하는 방안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난과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맺은 협약에 따라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 방류수를 히트펌프를 이용해 온도를 높이고, 난방과 급탕, 공정열 등 지역난방 열원으로 재활용하는 신기술 적용 시범 사업을 올해 안에 착수한다. 신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평택과 용인 등 반도체 산업 시설과 배후 도시 열공급에도 활용하기로 했다.
반도체 산업의 폐열을 저탄소 친환경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대표적인 고온 공정인 열 산화 공정은 800~1200℃의 열이 발생한다. 고온 폐열을 머금은 산업용 냉각수를 식히지 않고 하천에 배출할 경우, 생태계 영향이 적지 않아 지역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 폐열만큼의 전력과 열원, 연료가 절감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한난과 민간기업의 친환경 경영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산업부도 폐열회수 기술과 열에너지 거래를 위한 데이터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난은 2030년까지 신재생·미활용열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집단에너지 미래사업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소각장 냉각수열 활용 극대화와 연료전지 확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전체 열 생산량의 13%는 신재생·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했다.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반도체 산업 폐열을 활용하는 집단에너지는 도심의 반도체 공장에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하는 최적의 시스템”이라며 “성장동력 발굴과 에너지 수급 효율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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