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서울에너지공사가 탄소중립 실현과 공동주택 대상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 확대에 발맞춰 지열·수열·공기열 등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본격 확산하기로 했다.

12일 서울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이는 신재생 열원 기반의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건물 운영비 절감과 시민 체감형 에너지 비용 완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은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이를 자체 생산해 연간 에너지소비량을 ‘0’에 가깝게 만든 건축물을 가리킨다.

정부는 6월부터 공동주택에도 ZEB 인증 의무화를 확대 시행한다. 최저 등급인 5등급을 충족하기 위해 에너지자립률을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와 미활용 열원 활용은 필수다. 설치비 등 건설원가 상승이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시민 부담은 다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너지공사는 그 해법으로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제시했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신재생 및 미활용 열원을 통합해 열손실을 최소화하며, 친환경 냉난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냉난방 요금 절감과 더불어, ZEB 인증 시 최대 20%의 취득세도 감면받을 수 있다. 시민들의 실질적 비용 부담 완화도 기대된다.

현행 3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은 화석연료 기반 고온 열 공급 방식으로 열손실과 탄소배출이 많다. 4세대는 신재생 열원을 중앙 보일러에 수집해 공급하지만, 열원망 운영이 복잡하고, 통합 운용이 다소 어렵다. 5세대 시스템은 지열·하수열 등 분산된 저온 열원을 현장 인근에서 직접 활용하고, 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해 열손실과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이러한 5세대 시스템의 가능성을 실제 도심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 사업에 착수한다. 해당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분산형 차세대 집단냉난방시스템 효율향상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로, 서초구 서울연구원 부지 일대에 지열·수열·하수열·공기열 등 다양한 열원과 열 저장 기술 등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총 사업비는 정부 지원 110억원을 포함해 147억원 규모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주관기관인 앱트뉴로사이언스를 비롯해 서울연구원, 한양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총 14개 산·학·연 기관과 함께 기술 개발과 실증을 수행한다.

실증 대상지는 서울인재개발원, 서울연구원, 서울데이터센터 등 이며, 주거·상업·특수 목적 등 다양한 에너지 수요를 지닌 건물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구성해 시간대별 부하 차이를 활용한 냉·온열 상호 교환과 열원 통합 운영을 실증한다. 지열 30RT, 미활용열 200RT, 공기열 70RT 등 총 300RT의 저온 열원을 적용해 도심형 저탄소 냉난방 모델의 확산 가능성도 모색한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서울시가 2023년 11월 발표한 ‘지열보급 활성화 종합계획’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 본 실증을 기반으로 에너지 거래모델 및 요금제를 개발한다. 개발된 모델은 모아주택 등 도심형 공동주택에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해 ‘ZEB 인증’과 동시에 ‘시민 비용 부담 완화’까지 해결할 계획이다.

강상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유럽은 이미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개별 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고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보급 중”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열원의 유연한 활용과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을 접목해 중장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은 “서울형 에너지자립 기반을 기존 태양광 중심에서 지열, 수열, 공기열, 폐열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 이번 실증의 핵심”이라며 “열손실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서울시 도시계획 전반에 접목해 서울형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에너지공사가 추진하는 5세대 제로에너지건축물 개념도. (c)서울에너지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