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과거의 에너지 기업들은 전기나 가스, 석유, 석탄 같은 에너지원을 생산하거나 수입해 공급하는 것이 주 임무였던 거대하고 무거운 공장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에너지 기업은 정교하고 세밀한 데이터를 다룬다. 인공지능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사람은 도저히 발견하기 어려운 작은 결함을 찾아낸다. 이는 대형 사고를 발생 가능성 차원에서 줄여 준다. 사고가 나지 않는 환경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발전량도 예측해 내 에너지 낭비나 장비의 마모 가능성까지 줄여 준다.
한국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풍력발전 효율 향상, 가스배관 안전관리, 발전소 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AI는 이제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 공기업을 움직이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우리 정부도 ‘AI 대전환(AX)’ 정책을 실행 중이어서, 정부와 발을 맞춰야 하는 공공기관들은 경영 현장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인공지능 기반 에너지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업종 종사자는 물론, 국민에게 편익과 안정을 제공하는 다양한 혁신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산업신문이 이같은 AI 혁신 현장을 소개한다.
○ 한국동서발전, AI로 바람 읽는다…데이터로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 개발
풍력 발전은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이라는 장점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치명적 단점이 있다. 바람이 어디에서 얼마나 불어 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풍력 발전 전기 역시 많이 만들어도, 적게 만들어도 문제다.
한국동서발전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풍력발전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전국의 ‘수학·코딩 천재’ 대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이들과 함께 연 ‘2025 인공지능 에너지전환 콘퍼런스’에서 회사가 그동안 숨겨 왔던 경주·양양·영덕 풍력발전소의 실제 발전 데이터를 과감히 공개했다. 학생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알고리즘을 만들어 발전량을 맞히는 시합을 벌였다. 이 행사는 지난해보다 4배나 많은 7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여기서 탄생한 똑똑한 알고리즘은 앞으로 가상 공간에 구현한 똑같은 발전소인 ‘디지털 트윈’ 플랫폼과 가상통합발전소(VPP)에 적용해 풍력 발전 전기가 모자라거나 남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쓰인다.
통합발전소는 다수의 분산된 발전자원과 에너지저장장치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이며, 디지털트윈은 실제 발전 설비와 동일한 가상모델을 만들어 발전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고장 예측, 유지관리 최적화, 발전량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2025년은 AI가 에너지의 중심으로 들어서는 원년인 만큼 공공기관으로서 AI를 바탕으로 젊은 인재 육성과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가스공사, AI로 수급조절·위험예측…안전·효율 모두 잡는다
천연가스는 가스보일러와 가스레인지, 가스건조기 등의 연료로 가정과 소상공인, 기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위험하고, 최근 들어 가격이 등락하면서 수급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 산업의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주제로 한 ‘코가스(Kogas) 포럼’을 최근 열어 AI 기반 가스 안전관리와 효율적 수급 시스템을 논의했다.
AI는 복잡한 가스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고, 사고 위험을 미리 예측해 안전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남태우 성균관대, 최재걸·박찬국 한국외대, 최상옥 고려대, 김완희 가천대, 문명재 연세대 교수와 전현경 데이타소프트 대표 등 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AI 기술을 통해 공공기관이 더욱 안전하고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공기관 사이에 각 분야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AI 기반 공공서비스도 개발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지역 사회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공공 AI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스공사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등 대구경북권 7개 공공기관과 ‘AI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기술 AI를 활용해국민이 신뢰하는 디지털 공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 한전KPS, 발전소 보일러 관리·정비에도 AI 활용…고장예측·수명진단
보일러는 ‘발전소의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장비다. 부품만 수만 개에 달하기 때문에 한 번 고장이 나면 어디에서 고장이 났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베테랑 정비 인력 역시 쉽지 않다.
한전KPS는 AI가 탑재된 발전소 보일러 지능형 통합 관리 시스템(BIMS)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발전소 보일러 정비 기록을 AI가 스스로 분석해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설비의 수명이나 구성 부품의 건전성을 진단한다. 수십만 건이나 되는 보일러의 모든 정비 작업 이력을 데이터로 만들어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을 이용해, 작업자가 자연어로 “이 보일러 상태 어때요?”, “지난번이랑 소리가 좀 다른데, 어느 부품을 교체할까요?”라고 채팅하듯 물어봐도 “파이프 3번이 낡았을 확률이 높아요. 한 번 확인해 보실래요”라고 대답하면서 그래프나 사진 또는 그림으로 결과를 보여준다. 덕분에 경험이 적은 신입 사원, 데이터 분석을 따로 해 보지 않은 작업자도 베테랑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고장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현장의 효율과 안전성은 크게 높아진다. 작업자가 바뀌어도 분석되거나 사용된 데이터의 이력 역시 쌓이기 때문에 설비 진단이나 정비 의사 결정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보일러 관리 시스템에 생성형 AI 기반 검색 기능을 접목한 것은 국내 발전소 정비 업체 가운데 한전KPS가 최초다.
김홍연 한전KPS 사장은 “발전소 정비 업계 최초로 생성형 AI 기반 설비 관리시스템을 개발한 만큼, AI·빅데이터·생성형 AI 기반 기술을 널리 적용해 정비 품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동서발전이 AI에너지전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c)한국동서발전
한전KPS의 보일러 지능형 통합관리시스템 개발 보고회. (c)한전KPS
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산업 AI대전환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c)한국가스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