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고전에서 배운다] ② 절망과 희망이 갈리는 순간

본보기와 노력, 착함과 한결같음…만나기 어렵지만 만날 때만 찾아오는 기회

최웅 승인 2024.06.21 13:38 | 최종 수정 2024.07.05 23:53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에너지산업에는 다양한 기업이 있습니다. 에너지산업 기업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전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겨 놓은 기록을 수백 수천년을 걸쳐 검증하고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 미래까지 관통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에너지산업신문은 다양한 에너지산업 기업의 에너지산업인들이 동서양 고전에서 배울 수 있는 인간관계의 지혜를 매주 금요일 연재물로 게재합니다. -편집국-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만나보고 싶다. 성품 자체가 선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한결같은 사람이라도 만나보고 싶다(聖人 吾不得而見之矣 得見君子者 斯可矣. 善人 吾不得而見之矣 得見有恒者 斯可矣, 성인 오부득이견지의 득견군자자 사가의 선인 오부득이견지의 득견유항자 사가의. 논어(論語), 7 술이(述而), 25).

동물들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낯선 상대는 일단 경계합니다. 자기와 상대를 비교한 뒤에 나름의 결론을 내리면 반응 강도를 정하고 그대로 행동합니다. 그래서 동물들의 첫 만남은 대개 싸움으로 시작합니다. 겁이 많고 크기가 작은 쪽이 대장노릇을 먼저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동물이 내는 소리의 높이와 강도는 공포심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 겪어 보면, 사실은 원래부터 대범하고 크기가 큰 쪽이 상대편을 귀여워하는 식으로 결론이 납니다. 범 무서운 줄 모르던 하룻강아지도 시간이 가면 자연치유(?)가 됩니다.

사람 사이의 만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한 눈에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마음을 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나다 보니 차차 알아갑니다. 물론 보자마자 서로 싸우는 일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동물처럼 격렬하면 다 큰 어른일 경우 경찰서 신세를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 만나다 보면 이 사람과는 더 자주 만나야겠다거나, 거리를 두어야겠다거나 하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겠는데 한 번 그런 사람을 찾아보자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첫 문장은 요즘에는 조금 낯선 사자성어가 된 ‘성인군자(聖人君子)’라는 말의 유래입니다. 성인은 그 자신이 스스로 본보기가 될 만한 사람입니다. 본보기가 되기 위해 애쓴 것도 아닌데 천성이 그런 사람입니다. 성인은 만나면 행운이고, 못 만나도 본전입니다. 이에 반해 군자는 ‘노력형 성인(聖人)입니다. 다른 이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입니다. 본보기를 보고 자신도 그것을 목표로 삼아서 정진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도 만나 봤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사자성어로는 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품 자체가 착한 사람이라는 뜻인 선인(善人) 역시도 성인과 버금갈 정도로 노력형보다는 원판 자질이 그런 사람입니다. 선인 역시 만나면 천운입니다. 한결같은 사람, 유항자(有恒者, 또는 항자)은 선인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만나다 보니 이제껏 봐 왔던 것과 다른 면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경계해야 할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까워져도 될 사람이라면 바람직합니다. 현실에서는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예상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결같음은 도무지 변하지 않는 고루함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성질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유항자’보다는 ‘선인’이, ‘선인’보다는 ‘군자’가, ‘군자’보다는 ‘성인’이 왠지 모르게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공자가 살던 그 옛날에도 이런 네 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연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나 봐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안 만나 보면 더욱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희망과 절망이 갈리는 순간은 만남 가운데 찾아옵니다.

최웅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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