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 지속가능항공유 공급·수출 가속화

정부 SAF 1% 혼합 급유 의무화 검토 중…탄소배출량 최대 80% 저감
‘첫 수출’ HD현대오일뱅크·‘첫 생산’ 에쓰오일·‘첫 시범 운항’ GS칼텍스·‘원료 투자’ SK이노베이션

조강희 승인 2024.09.12 08:01 | 최종 수정 2024.09.19 16:05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가 지속가능항공유(SAF)의 공급과 수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AF는 화석 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폐기물 등의 친환경 원료로 만든 대체 연료로 기존 항공유와 혼합해 사용할 수 있고,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193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항공 탄소규제 강화에 따라 2027년부터 국내출발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SAF 1% 내외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세계 SAF 수요가 2022년 24만톤에서 2030년 1835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국내 최초 수출 HD현대오일뱅크…SAF 원료 정유설비에 직접 투입 방식

국내 최초로 SAF를 수출한 것은 지난 6월 HD현대오일뱅크다. 이 회사가 생산한 지속가능항공유는 한국석유공사의 탱크 터미널에 저장 선적돼 트레이딩 회사인 일본 마루베니에 공급하고, 일본 ANA항공이 사용한다.

일본이 지속가능항공유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를 지속가능항공유로 대체하기로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고도화 공정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했다. 자사의 고도화 공정이 바이오 원료를 투입해 바이오 항공유 등을 생산하는 세계 유수의 수소첨가 공정과 유사한 점에 착안해 코프로세싱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 공정에서 생산된 바이오 연료는 친환경 국제인증제도인 ISCC 인증 3종(EU/CORSIA/PLUS)을 획득했다. 특히, 바이오 기반 항공유, 디젤 등은 최종 제품에 대한 실제 수율을 적용한 인증을 마쳤으며 바이오 항공유는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일본뿐 아니라 유럽 등지에도 지속가능항공유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박진혁 HD현대오일뱅크 글로벌사업본부 상무는 “글로벌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적극적 수출로 세계 시장의 지속가능항공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며 “바이오 납사, 바이오 경유 등 코프로세싱 방식 바이오 연료 수출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내 최초 시범 생산 국제인증 에쓰오일…인천-일 하네다 노선 정기 공급

국내 최초로 SAF를 시범 생산해 국제 인증을 받은 것은 에쓰오일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항공 분야에서 지속가능항공유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ISCC CORSIA) 인증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지침(RED)에 따른 저탄소 연료제품 생산을 인증하는 ISCC EU, 그리고 자발적시장(비규제시장)의 친환경 제품 인증인 ISCC 플러스(PLUS)를 동시에 받았다.

에쓰오일은 지난 4월부터 국내 최초 CORSIA 인증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부터 폐식용유, 팜 잔사유 등 바이오 원료를 정제설비에서 처리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증 내용에 따라 기존 석유계 항공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90% 저감할 수 있는 SAF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SAF는 8월부터 인천공항-도쿄 하네다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주 1회 공급된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상용운항 정기노선 여객기에 국내 생산 SAF를 공급하는 것은 사상 최초다. 한편 내년 상반기에는 같은 노선에 SK에너지가 SAF를 공급한다. 정부는 항공분야 탄소배출 감소와 친환경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한 SAF 확산 전략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표명했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는 “세계적 탈 탄소 흐름에 부응하고 자원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하는 청정에너지 공급자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요 증가에 대비해 공급을 안정화하는 SAF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며, 아울러 다른 친환경 에너지 및 자원순환 제품 공급에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국내 최초 시범운항 GS칼텍스…핀란드 네스테社서 수입 대한항공 화물기 급유

국내 최초로 항공기에 지속가능항공유를 급유해 시범 운항한 사례는 지난해 9월 GS칼텍스가 핀란드 네스테(Neste) 사에서 수입해 공급한 대한항공 미국 로스앤젤레스 행 화물기다. 네스테가 생산한 바이오항공유는 폐식용유 및 동물성 유지 등 재생 가능한 폐원료를 사용해 제조된다.

바이오항공유 보관 및 급유 과정에서 한국석유관리원이 시료를 채취해 품질 테스트 및 안전성 검증을 했으며 시범 운항에서는 에너지 소비 효율 등 성능 테스트도 진행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인 ISCC EU를 취득했다.

GS칼텍스는 또한 국내 바이오연료 기업 DS단석과 함께 폐식용유로 생산한 선박용 바이오디젤 ‘B30 바이오마린퓨얼(Bio Marine Fuel)’을 HMM의 선박에 급유해 시범 운항을 진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올해 말에 종료되는 바이오선박유 도입계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선박유 대비 탄소 배출량 저감률이 65%에 달한다.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등 신 연료에 비해 원료 가격이 저렴하고, 시설 투자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이 회사는 바이오디젤, 바이오선박유, 바이오항공유, 바이오케미컬 등 바이오 사업 전반에 대한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또한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대응 등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근원 혁신(Deep Transformation)을 추진 중이며, 기존 사업 탄소 감축과 수소, 폐플라스틱 순환경제 등 저탄소 신사업을 본격화하는 그린(Green)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 바이오항공유 원료 공급처 투자 SK이노·에너지…생산라인 갖춰 상업생산 준비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도 SAF를 연속 생산할 수 있는 전용 라인을 갖추고 10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라인은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석유 원료와 함께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투입해 석유 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이다. 바이오 원료 저장 탱크에 5km 길이의 전용 배관을 설치해 바이오 원료를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상시 투입한다. 향후 SAF 수요 증가에 대비해 시장 상황에 따라 SAF 전용 생산설비 도입도 검토 중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바이오항공유 원료 공급을 위해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대경오엔티 지분 40%를 인수했다. 대경오엔티는 폐 동물성 지방, 음식점 및 식품 공장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전 처리해 공급하는 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의 폐식용유 처리 업체인 진샹에도 투자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인천국제공항-도쿄 하네다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자회사 SK에너지가 SAF를 공급한다. 이를 위해 SK에너지는 ISCC코르시아 인증을 지난 6월 취득했다. ISCC EU 인증, ISCC 플러스(PLUS) 인증도 획득했다.

홍광표 SK에너지 전략운영본부장은 “코프로세싱 방식을 통해 SAF를 연속 생산하는 국내 첫 사례로서, SAF 의무 배합 정책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항공사에서 SAF 필요 시 즉각 공급이 가능하다”며 “향후 국내외 SAF 정책, 수요 변동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SAF 생산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국제항공 탄소 감축 및 신산업 지원을 위한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전략 정책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국토교통부

저작권자 ⓒ 에너지산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