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술硏, 배터리 양극재 담갔다 빼면 새 것 되는 용액 개발

상온 상압에서 셀 내부 복원 반응 일어나…갈바닉 부식 현상 폐양극재 리튬 복원 용액에 적용

이종훈 승인 2024.11.07 08:53 | 최종 수정 2024.11.09 23:29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담갔다 빼는 것만으로도 폐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재를 완전히 새 제품처럼 재활용할 수 있는 복원 용액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주인공은 우중제 박사가 이끄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연구팀이다.

7일 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우 박사 연구팀은 브롬을 녹인 복원 용액을 이용해 폐 배터리 안의 알루미늄의 자발적 부식을 유도했다. 부식된 알루미늄에서 음(-) 전하를 띤 전자가 방출돼 폐 양극재로 전달되는데, 폐 양극재는 전하의 중성을 유지하기 위해 복원용액에 포함된 양(+) 이온인 리튬 이온을 받아들인다. 리튬 이온이 늘어나면 양극재는 초기 상태로 복원된다.

양극재는 배터리가 충전·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게 해 준다. 연구진은 개발된 기술의 성능 시험을 통해 폐배터리의 용량이 신품과 동일하게 복원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성과는 에너지·재료 분야 저명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EM, IF 24.4, 상위 2.9%)’에 2024년 10월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복원 용액을 활용한 갈바닉 부식이다. 갈바닉 부식이란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전해질 환경에서 접촉할 때 두 금속 중 하나의 금속이 먼저 부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때 한 금속이 희생해 다른 금속을 보호하게 되는데 연구진은 이를 폐배터리 재활용에 적용했다.

이같은 기술을 이용하면 상온, 상압의 조건에서 폐 양극을 복원 용액에 담그는 것만으로도 리튬 이온이 늘어난다. 폐배터리를 분해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셀 내부에서 복원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재활용 과정 상의 효율도 높였다.

현재 폐 배터리 재활용 방법은 분쇄한 뒤 화학 반응을 통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 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다. 고농도 화학 물질을 사용하고, 고온의 용광로도 필요하며, 폐수와 이산화탄소 발생은 필연적이다. 기존 소재 회수와 초기 상태 복원 등 두 가지 목적을 충족하는 직접 재활용 기술 역시 고온 고압이 필요하고, 공정에 시간과 비용 소모가 크다. 연구진은 기존 재활용 방식의 단점을 해결하는 단순한 공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이번에 신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책임자인 우중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고온 열처리나 유해 화학물질 없이 폐양극재를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폐기된 전기차 배터리의 직접 재활용을 통해 탄소 배출 저감 및 자원 순환 경제 구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폐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재를 담갔다 빼는 것만으로 복원하는 용액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했다. (c)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폐양극재를 복원 용액에 넣어 복원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c)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저작권자 ⓒ 에너지산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