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용 퓨즈’ 나오나?…열폭주 억제 온도 반응성 소재 개발

LG화학, 초단기 제품 적용 가능…포스텍·LG엔솔 공동 연구

이종훈 승인 2024.10.01 15:10 | 최종 수정 2024.10.03 10:20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LG화학이 배터리의 열폭주를 억제해 화재를 초기에 막는 온도 반응성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LG화학은 기술책임자 산하 기반기술연구소 연구팀이 열폭주를 억제하는 온도 반응성 ‘안전성 강화 기능층(Safety Reinforced Layer)’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포항공과대학교 배터리공학과 이민아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해 소재 해석을 진행했고, 안전성 검증은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참여했다.

LG화학이 개발한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변하는 복합 물질로, 온도가 오르는 초기 단계에서 전기 흐름을 차단하는 ‘퓨즈’ 역할을 한다.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전기 저항이 5000옴(Ω)씩 상승해 온도에 대한 반응속도가 빠르다. 최대 저항은 정상 온도일 때보다 무려 1000배 이상 높고,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저항이 낮아져 원래의 전기가 통하는 상태로 돌아오는 가역성(reversibility)까지 갖췄다.

연구팀은 열폭주 억제 소재를 배터리의 양극층과 전자의 통로 역할을 하는 알루미늄 포일인 집전체 사이에 머리카락 100분의 1 수준인 1마이크로미터(µm) 두께의 얇은 층 형태로 만들었다. 전지에 이상이 발생해 온도가 90~130℃ 수준으로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소재가 온도에 반응해 결합 구조가 바뀌며 전류의 흐름을 억제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인 열폭주는 전지 내부의 양극과 음극이 의도치 않게 직접 접촉해 단락과 발열이 발생하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 초 만에 온도가 1000℃ 가까이 치솟으며 화재가 발생하기 때문에 발열 초기에 빠르게 반응 경로를 차단하면 열폭주는 방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배터리 충격 실험과 관통 실험 모두에서,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불이 붙지 않거나, 불꽃이 발생한 뒤 곧바로 꺼져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모바일용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배터리에 못으로 구멍을 뚫는 관통 실험에서, 일반 배터리는 화재발생률이 16%였으나,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단 한 건도 화재가 나지 않았다.

전기차용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약 10kg의 무게추를 떨어뜨리는 충격 실험에서는 일반 배터리는 모두 화재가 발생했다. 반면, 열폭주 억제소재를 적용한 배터리의 70%는 전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30%는 불꽃은 났지만 수 초 내로 꺼졌다. 종전에도 셀 내부 온도변화 감응 소재를 넣는 방식은 있었지만 반응 속도가 느리거나 에너지 밀도를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었다.

LG화학은 소재 설계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문제 해결과 동시에 신속하게 양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신소재는 모바일용 배터리 열폭주 억제 소재 안전성 검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내년까지 대용량 전기차용 배터리에도 안전성 테스트를 실시한다.

LG화학의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상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9월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제목은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안전 강화 층의 확장 가능한 제작을 통한 실용적인 열 폭주 방지 방법(Thermal Runaway Prevention through Scalable Fabrication of Safety Reinforced Layer in Practical Li-ion Batteries)’이다.

이종구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는 “양산 공정까지 빠른 시일 내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가시적인 연구 성과”라며 “고객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 강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배터리 시장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개발한 열폭주 억제 소재. (c)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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