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삼성SDI는 미주법인인 ‘삼성SDI 아메리카’가 미국의 대형 에너지 전문기업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대규모 공급한다고 11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총 2조원 이상이며, 2027년부터 약 3년간 공급할 예정이다. 시장 수요에 따라 미국 현지 공장 생산 라인을 전환해 해당 제품을 생산한다. 에너지저장장치용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생산하던 라인에서 LFP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SDI는 미국 내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가동 중이다.

삼성SDI가 이번에 공급하는 LFP 배터리셀은 일체형 ESS 배터리 솔루션인 삼성배터리박스(SBB) 2.0에 탑재된다. SBB는 6.1미터(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화재 안전장치 등을 통합 설치한 일체형 ESS 솔루션이다. SBB 2.0은 각형 LFP 배터리가 적용된 첫 모델이다.

삼성SDI 주력 제품은 삼원계 배터리였으나, 이번 계약으로 LFP 배터리로 제품 진용을 갖추고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ESS용 각형 배터리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그동안 LFP 연구개발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소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한편 차별화된 소재와 극판 공정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보완했다.

삼성SDI는 이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인공지능 관련 산업 급성장으로 ESS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에 따르면 미국의 ESS 수요는 2025년 59GWh에서 오는 2030년 142GWh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LFP 소재 및 각형 폼팩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SDI는 단단한 알루미늄 캔 타입으로 내부 열이 발생하면 즉각 배출하고 전원을 차단하는 첨단 안전 기술을 적용한 자사 각형 배터리의 안전성과 우수성이 공급계약 성사에 주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BB 2.0에는 각형 배터리의 안전성을 더욱 강화한 열폭주방지(No TP) 기술도 적용됐다. No TP는 모듈 내 배터리 셀 사이에 단열재를 배치하고, 열전파 성능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셀의 온도가 상승했을 때 인접 셀로 열이 전달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술이다.

삼성SDI는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유일한 비(非)중국계 각형 배터리 제조사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수주 이외에 복수의 글로벌 고객사와 LFP 및 삼원계 배터리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장기 계약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를 시작으로 글로벌 고객사에 화재 안전성은 물론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뛰어난 ESS 제품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LFP 배터리 셀 제품이 적용된 일체형 ESS솔루션 SBB2.0. (c)삼성S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