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나오는 9억 리터 영풍 석포제련소 폐수 어디로?

정수 후 끓여 수증기 포집…깨끗한 물로 회수해 공정에 100% 재사용

이상근 승인 2024.06.04 10:12 의견 1

[에너지산업신문]

1949년 설립된 비철금속 기업 영풍. 일반인들에게는 교보문고와 함께 대형서점으로 알려진 영풍문고의 모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아연으로, 경북 봉화군에 아연 최대 생산 능력 연간 40만톤으로 세계 4위 규모의 석포제련소를 운영한다.

영풍 석포제련소에는 2021년부터 만 3년째 가동 중인 폐수 재이용 시설인 ZLD(Zero Liquid Discharge)가 있다. 세계 최초로 도입한 ‘상압 증발 농축식’ 재이용시설로 하루 처리 용량은 최대 4000㎥에 달한다. 제련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정수 처리한 다음 100℃ 이상의 고온으로 끓여 수증기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깨끗한 물을 100% 회수해 공정에 재사용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일일 평균 2000~2500㎥의 공정 사용수를 이 시설로 처리한다.

폐수 재이용 시설 ZLD의 주요 설비는 두 가지. 정수 과정을 거친 공정 사용수를 끓여 수증기로 만드는 증발농축기(Evaporator)와 불순물을 뭉쳐 처리하는 결정화기(Crystalizer)다. 2021년 도입 당시 1차로 309억 원을 들여 증발농축기 3대와 결정화기 1대를 설치했으며, 2023년 2차로 154억 원을 들여 증발농축기 1대와 결정화기 1대를 증설했다.

지난해 이 공장에서 발생한 공정 사용 폐수는 8억 8640만 3000리터. 영풍에 따르면 이 폐수 전량은 폐수 재이용 시설에 보내져 같은 공정에 재사용됐다. 영풍 관계자는 “수질 환경 보호와 낙동강 수자원 절약에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년 평균 물 사용량은 11만 리터에 달한다. 영풍의 공정 폐수 재이용량은 석포제련소가 있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인구 1800여명이 4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영풍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의 ZLD는 국내 산업계에서 친환경 수처리 우수 사례로, 고농도 염폐수 처리 해법을 찾아 고심 중인 이차전지 업계에서 관심이 많다. 올해 2월 열린 ‘산업폐수 관리정책 선진화 토론회’에서 이차전지 업계의 고농도 염폐수 처리 방안으로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 등 선진 수처리 방식이 제시됐다. 영풍도 모범 사례 중 하나로 언급됐다.

지난해에는 국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과 이차전지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 중인 광역자치단체가 각각 견학을 다녀갔다. 영풍 관계자에 따르면 염색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며 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인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올해 두 차례 영풍 석포제련소를 방문하는 등 업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영풍은 폐수 재이용 시설 외에도 낙동강 물 환경 보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환경과 기업의 공존’을 위해 총 7000억 원 규모의 종합 환경투자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자체 폐열 발전 시스템과 에너지 저장장치 시스템 운영, 주민주도형 ‘오미산 풍력발전’ 사업에 제련소 소유 초고전압(154kV) 전력망 무상 공여 등 자체 탄소중립 활동을 전개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세계 제련소 가운데 폐수 배출 제로를 달성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우리나라 산업 환경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글로벌 친환경 제련소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영풍 석포제련소 폐수 재이용시설 ZLD의 전경. (c)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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