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있는 우리말 해저 지형, 몇 개나 될까?

2007년 ‘안용복 해산’ 최초 등재 후 61곳에 우리말 이름 부여

이종훈 승인 2024.07.05 11:14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장보고해산, 아리랑평정해산, 온누리평정해산, 해미래놀, 급수선놀, 전복해저놀, 올챙이놀군, 풍뎅이놀, 가락지놀, 궁파해저구릉군, 쌍둥이해저구릉군, 첨성대해저구릉, 쌍촛대해저구릉.

세계 각지에 산재한 우리말로 된 바닷속 해저 지명들이다. 해저에는 다양한 봉우리와 계곡, 평원이 있다. 과거에는 이름이 없었지만, 지질과학자들이 이곳에 이름을 붙이고, 특히 우리말 이름을 붙인 지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것을 포함해 전 세계에는 동해 20곳, 황해 6곳, 제주 1곳, 태평양 20곳, 남극해 14곳 등 61개의 우리말 해저 지명이 등재돼 있다. 2007년 동해상에 있는 해산(海山) 가운데 하나에 ‘안용복 해산’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시작으로 울릉대지, 제주해저계곡과 같은 우리말 해저지명 국제 등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산은 바다에 솟아 있는 산이다. 평정해산(平頂海山)은 해저로부터 높이 솟아 있지만, 정상부는 평평한 산이다. 해저놀(海底 Knoll)은 높이가 500m 이상 1000m 이하인 작고 둥근 형태의 고지를 가리킨다. 놀군은 놀이 여러 개가 집단을 이룬 지형을 말한다. 해저구릉군은 주변의 가장 깊은 곳보다 1000m 미만으로 불규칙하게 솟아있는 고지를 이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37차 해저지명소위원회(37th Meeting of SCUFN)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세준 부원장, 국립해양조사원 김재철 원장, 국제해저지명소위원회 야스히코 오하라 위원장 등 19개국 약 60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해저지명소위원회는 1974년 대양수심도 운영위원회 산하 지명위원회로 최초 설립된 이후 1993년 제10차 회의에서 해저지명소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주요 임무는 국제 해저지명 선정 및 해저지명 표준화 활동 수행, 국제 해저지명집 준비‧유지 및 활용 권고 등이다. 매년 1회 위원국을 순회하며 개최하고 있다.

이번 37차 해저지명소위원회에서는 약 100건의 해저 지명을 심의·의결했다. 결정된 해저지명은 해저지명집에 등재해 전 세계 해도와 지도에 널리 활용하도록 권고한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은 “우리말 해저 지명의 등재가 활발해진 것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성과로 큰 의미를 지닌다”며 “앞으로 국제 해양지질 분야를 지질자원연구원이 주도할 수 있도록 연구와 국제협력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현철 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200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제 해저지명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2018년에 위원장으로 당선돼 해저 지명 분야의 우리말 지명 등재 및 국제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2022년에는 이현석 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위원으로 선출됐고, 21차 회의에 이어 이번 37차 회의를 국내에서 개최했다.

동해의 우리말 지명. (c)한국지질자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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