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이차전지 양극 바인더 ‘좀비 물질’ 완전 대체 쾌거

임현균·강동준 박사팀, ‘실록산’ 활용 양극용 바인더 제조기술 개발

김성욱 승인 2024.09.10 11:45 | 최종 수정 2024.09.12 11:00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한국전기연구원이 실록산을 활용한 친환경 신소재 이차전지 양극 바인더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연구원 절연재료연구센터 임현균·강동준 박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정근 박사, 성균관대 김종순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양극용 바인더에 ‘실록산(siloxane)’을 적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실록산은 실리콘과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로,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화학적으로도 안정적이다. 바인더는 활물질과 도전재가 금속판에 잘 붙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전극을 물리적으로 안정화하는 고분자 접착 물질이다.

임현균·강동준 박사팀은 수년간의 나노복합 기술 연구를 통해 유·무기 소재의 장점을 모두 가지는 ‘하이브리드형 실록산 수지 제조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양극용 바인더에 적용할 수 있는 분자구조 설계 및 합성 제어기술까지 개발 완료했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이 적용된 완전지(完電池, Full cell)을 제작하고 여러 가지로 검증을 거쳤다. 전기연구원이 개발한 이 기술은 폴리불화비닐리덴(PVDF)을 적용한 기존 바인더보다 수명 안정성이 1.4배 이상 높은 것을 확인했다.

양극 바인더 소재로 각광을 받았던 PVDF는 물리·화학적 안정성과 접착성이 좋지만 일본이나 유럽 등지의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전지의 고용량화·고성능화가 진행되며 부풂(swelling) 현상 발생 및 내부 물질 간 부(副) 반응 등 문제점이 발견됐다.

더구나 PVDF는 매우 강력한 탄소(C)-불소(F) 결합으로 구성돼 자연적으로는 거의 분해되지 않아 ‘좀비 화합물’로 불린다. 분해가 어려워 주변 환경에 긴 시간 잔류할 뿐만 아니라 연소시킬 때 온실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PVDF의 사용 규제를 논의 중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바인더용 실록산 신소재의 가장 큰 장점은 불소(F)를 포함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무해하다는 것이다. EU는 PVDF 사용을 제한하는 환경 규제가 있는데, 이를 회피하고 전량 수입하는 양극 바인더를 국산화할 수 있게 됐다. 전기연구원과 협력 연구기관들은 바인더의 성능을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면서 친환경 소재까지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됐다.

전지의 성능은 회로 안의 도체로 전류를 흘려 보내 주는 전극에서 나온다. 전극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활물질’과 전기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 활물질과 도전재를 집전체 금속 판에 잘 붙을 수 있도록 접착해 주고 전극을 물리적으로 안정화시키는 ‘바인더’를 용매와 함께 섞어 제조한다.

이번 이번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소재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학술지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JCR임팩트팩터(Impact Factor)’는 18.5로, 해당 분야 상위 5%에 속한다.

이번 연구 결과 개발된 기술은 건식 양극 바인더 소재 분야에 적용하는 한편, 수요 업체를 발굴해 기술이전을 추진한다. 리튬 이차 전지외에도 아연 전지, 나트륨 전지 등에도 기술을 응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임현균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양극 바인더는 국내에 전문 기술 및 기업이 없었다”며 “실록산을 활용한 친환경 바인더 기술이 기존 PVDF를 대체하고, 전기차 등 고용량 전지가 필요한 제품 안전성과 수명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록산을 활용한 배터리 양극용 바인더. (c)한국전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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