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많이 먹는 인공지능으로 ‘탄소중립 도시’ 전기료 줄여 준다

도시 연결 전력망 부담 지표 에너지 자급자족율·자가소비율도 대폭 완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시스템연구실, 에너지ICT연구단 공동 연구진

김성욱 승인 2024.09.12 17:17 | 최종 수정 2024.09.19 23:45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건물 일체형 태양광 기술 등 재생에너지를 도심 에너지원으로 도입하는 탄소중립 에너지 도시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력망의 부담과 에너지 비용 부담을 동시에 줄여 주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신재생시스템연구실, 에너지ICT연구단 공동 연구진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도시 전기화’를 실현할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도시 전기화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건물 일체형 태양광 기술 등을 도입해 도심의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과 유럽은 탄소중립 실현과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전통 도시 모델은 전력 수요에 따라 화석연료를 이용해 에너지 공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전기화가 진행된 도시는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날씨 변화에 따라 에너지 공급 변동성이 크다. 건물별 전력 수요 불일치와 전력망 불안정이 그 결과다.

급격한 한파, 극심한 폭염 등 ‘저확률 고영향 기상 현상’은 에너지 수요 급증, 에너지 생산 곤란을 유발해 대규모 정전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연구팀은 전력망 안정을 위해 AI 분석 결과가 적용된 에너지 관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구현한 시스템을 실증한 결과 종전에 비해 전기료를 18% 절감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건물별 에너지 사용량, 재생에너지 생산 패턴, 날씨, 사람의 행동 패턴,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와 운영 상황 등 복잡한 변수가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파악했다. 이를 통해 연간 저확률 고영향 현상 및 사건이 연간 1.7일에 불과해도 전체 전력망 안정성과 운영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임을 규명했다.

이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된 알고리즘은 건물 간 에너지 공유를 최적화하고 피크 수요와 피크 발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한다. 일상적인 에너지 균형 유지뿐만 아니라 저확률 고영향 현상과 사건에 대응해 극단적 상황에서도 전력망을 안정시킬 수 있다.

개발된 시스템을 도시 전기화 환경을 재현한 커뮤니티 단위에 적용한 결과, 건물이 자체 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정도인 에너지 자급자족률은 38%, 건물 생산 잉여 전력을 건물에서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 자가소비율은 58%를 달성했다. 대조군인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건물은 자급자족률 20%, 자가소비율 30%를 나타냈다. 전기 요금은 종전보다 18% 절감할 수 있으며 외부 전력망 부담도 완화됐다.

실증에 적용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107메가와트시(MWh)로, 해외 선진기관의 시뮬레이션 기반 연구보다 7배 크게 진행돼 실제 도시 환경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논문 주저자인 에너지ICT연구단 한광우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AI를 활용해 도시 전기화 효율을 높이고 전력망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과 저확률 고영향 사건·현상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 결과“라며 ”향후 다양한 도시 환경에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개선해 궁극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본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건물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지속가능 도시 사회 연구(Sustainable Cities and Society, IF 10.7, JCR 상위 2.7%)’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이 도시형 신재생에너지 커뮤니티 통합 관리시스템을 살펴 보고 있다. (c)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신재생시스템연구실, 에너지ICT연구단 공동 연구진. 왼쪽부터 김종규 박사, 김민휘 박사, 한광우 박사, 정동은 학생연구원, 안영섭 박사, 주홍진 박사. (c)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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