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차전지 건식 공정, 효율·친환경성 동시에 높인 비결

한국전기연구원, 고분산성 탄소나노튜브 파우더 제조 기술 세계 최초 개발

조강희 승인 2024.11.25 17:50 | 최종 수정 2024.11.26 22:29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이차전지 양극 음극 사이에서 전자 이동을 촉진하는 도전재(導電材)로 사용하는 탄소나노튜브를 분말 형태로 만들어 응집을 최소화해 건식공정에서 활물질이나 바인더 소재와 손쉽게 분산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중탁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연구센터 박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고분산성 탄소나노튜브(CNT) 파우더 제조 기술’로 이름 붙였다. 연구는 전기연구원 기본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25일 한국전기연구원에 따르면 이 기술은 CNT를 분말 상태로 만들어도 서로 뭉치지 않고, 떨어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하면 차세대 이차전지 친환경 건식 공정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한중탁 박사는 “건식 공정에서 CNT를 효과적으로 분산해 도전재를 만든 것은 우리가 세계 최초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초격차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T를 차세대 이차전지 도전재로 사용하면 소량만으로도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CNT는 서로 응집하려는 성질이 매우 강해 자체만으로 응집된 구조를 만든다. 이 때문에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다른 물질인 바인더, 활물질 등과 섞이지 않은 채 분리돼 있다. 건식 공정에서도 용매 없이 다른 물질과 균일하게 섞어야 안정된 도전재를 만들 수 있다. 다른 물질과 균일하게 섞기 위해서는 CNT의 각 분자를 최대한 따로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CNT는 강철의 100배 강도와 구리에 버금가는 전기전도성을 가진 신소재다. 6각형 고리로 연결된 탄소들이 긴 원통형 모양을 이루고 있다. CNT는 기존 이차전지 도전재인 카본블랙보다 유연하고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1차원 나노 소재다.

한중탁 박사팀이 개발한 고분산성 분말 CNT는 건식 공정에서도 1차원 구조의 긴 형태로 도전재를 만들 수 있다. 별도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고분산성 고전도성 CNT가 다른 재료와 균일하게 섞여 뭉쳐지면 내부의 다른 물질들을 카본블랙보다 전기적으로 잘 연결해 준다. 이는 차세대 고성능 이차전지를 만드는 건식 공정의 친환경성과 생산 효율을 높일 핵심 비결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전기연구원은 ‘고분산성 CNT 파우더 제조 기술’의 국내 특허를 이미 출원했다. 또한 고용량 후막(厚膜) 음극과 양극에 적용하는 시험을 진행 중이다. 건식 공정이 필요한 리튬-황 전지, 전고체전지 등을 제조하는 업체 등 수요기업에 기술 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한중탁 박사는 “건식 공정은 유독성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이를 회수할 필요도 없어 공정이 간소하며, 생산비용도 저렴해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에서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탄소나노튜브(왼쪽)는 분산이 잘 되지 않아 서로 뭉쳐진 형태지만, 한국전기연구원은 탄소나노튜브를 분산이 잘 되는 분말 형태(오른쪽)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c)한국전기연구원
한중탁 한국전기연구원 박사팀이 탄소나노튜브 분말과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c)한국전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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