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 꼬시래기 원료로 바이오항공유 중간물질 생산 공정 개발

(R)-감마 발레로락톤 생산 후 잔여물은 리튬이온전지 음극소재로…해조류 전성분 활용 가능

이종훈 승인 2024.09.25 23:49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식재료로 익숙한 꼬시래기 등의 해조류를 고부가가치 에너지원으로 바꾸고 에너지 저장 장치 음극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민경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박사 연구진은 강원대학교와 협력 연구를 통해 해조류를 원료로 바이오항공유 중간 물질(전구체)를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생산 과정에서 나온 잔여물로는 리튬 이온전지의 음극소재를 만들 수 있어, 사실상 전성분을 활용하게 된다.

석유 원료를 대체하는 해양 바이오매스로서 해조류는 연료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정제 공정의 원료가 된다. 최근에는 바이오항공유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항공유는 기존 항공유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률이 최대 82%에 달한다. 친환경 바이오항공유 시장은 2070년까지 전체 항공유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용화된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정 중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가장 큰 방법은 바이오매스로 미생물을 발효시켜 전구체를 얻는 방식이다. 전처리 과정을 거쳐 바이오매스를 발효당으로 변환하고 발효당으로 미생물을 발효시키면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전구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전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고압 수소를 이용한 반응도 필요해 많은 비용이 든다. 전구체 생산량은 발효당 투입량의 15%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미생물의 발효 없이 원스톱 효소 반응으로 전구체를 생성할 수 있는 레불린산 기반의 공정을 개발했다. 이 공정을 이용하면 간단한 전처리만으로 해조류를 레불린산으로 변환하고 효소 반응을 통해 기존 전구체보다 활용도가 높은 (R)-감마 발레로락톤((R)-GVL)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다.

공정의 핵심은 효소 반응을 통해 레불린산을 전구체로 직접 전환하는 것이다. 꼬시래기 등의 해조류는 산처리만 거쳐 레불린산으로 전환된다. 전환된 레불린산을 연구진이 개발한 개량 효소를 투입해 반응시켜 (R)-GVL 전구체를 생성한다. 바이오매스로 미생물을 발효시키는 기존 공정과 달리 효소 반응만 일어난다. 바이오매스 1톤을 원료로 투입하면 기존 공정에서는 36kg의 전구체가, 새로 개발한 공정에서는 330kg의 전구체가 생산된다.

(R)-GVL의 원형인 감마 발레로락톤은 바이오항공유 외에도 고혈압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 중간 물질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R)-GVL만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감마 발레로락톤은 (R)형과 (S)형이 혼합된 형태인 광학이성질체로 생산되는데 둘의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광학이성질체는 대칭형태로 구성돼 같은 물질로 이뤄져 있기는 하지만 대칭된 물질의 특성이 서로 다른 화합물이다.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효소는 레불린산을 99.999% 이상 정확하게 (R)-GVL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까지 (R)-GVL만 선택하는 기술이 부족해 바이오의약 분야에는 적용되지 못했으나, 이번에 개발한 신기술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레불린산을 생산하고 남은 꼬시래기 잔여물은 탄화 공정을 통해 리튬 이차전지의 음극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탄화된 꼬시래기 잔여물로 이차전지 음극 소재인 ‘하드 카본’을 제작해 리튬 이차전지에 적용하고 용량, 출력, 수명 특성을 분석해 적용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민경선 박사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조류가 풍부하고, 신기술은 풍부한 해조류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일 수 있는 양질의 원료 물질로 만들어 준다”며 “잔여물까지 전극 소재로 활용하면 탄소중립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 공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IF 13.3, 상위 5% 이내)’지에 게재됐으며,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본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바이오항공유 중간물질 (R)-GVL의 원료인 꼬시래기와 (R)-GVL 액상. (c)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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