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에서] 공기업 감사, 경제성은 두 번째 문제
강희찬
승인
2020.08.07 19:05 | 최종 수정 2024.07.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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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감사원이 월성1호기 폐쇄에 대한 감사를 벌이면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다. 논란의 핵심은 ‘경제성'이라는 키워드다. 비리를 저지른 것이라면 당연히 감사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도 받아야 하겠지만, 경제성을 따진다면 좀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하기야 부동산이, 주식이 얼마의 수익률을 내는지를 남녀노소가 모두 걱정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어서 그런지 공기업도 ‘경제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까맣게 잊은 것이 있다. 공공 분야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 대부분은 경제성이 없거나 적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밑져야 본전’ 쯤 되는 사업을 공기업이 맡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국립공원에 이용자로서 가면, 막상 주차장에도 돈을 내고, 식당에도 돈을 내고, 각종 시설을 이용하면서 돈을 내고 오니 국립공원공단은 수익성이 꽤 나는 사업 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버리고 오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에 ‘내지른’ 분뇨를 치우고 하는 데도 만만찮은 돈이 든다. 풍경화에서만 보던 듯한 수려한 경관을 가꾸는 것 역시 공짜는 아니다.
토지주택공사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토지와 주택을 위탁해서 관리하는 업무는 하기에 따라 큰 수익이 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임대주택 등을 공급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적자 공기업임은 모르는 사람 빼고 모두 안다.
월성1호기 같은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곳은 어떨까. 마찬가지다. 엄청난 수익성이 있는 회사 같지만, 실제로 원전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큰 돈이 든다. 규제도 말도 못하게 촘촘하다. 경제성이 큰 사업이었다면, 그리고 위험성도 적은 사업이었다면 정부가 앞서 규제를 완화해서 각종 민간 업자들이 원자력 사업을 너도나도 하겠다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이 어디 그러한가.
한수원만 해도 인제서야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는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이고, 그나마 운영 관리까지 맡은 경우에는 현지의 규제도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여전하다.
정부 기관들과 공기업, 공공기관 등은 알려진 것만 해도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을 모두 받는다. 인간의 활동이 있는 곳에 비리가 없을 수 없기에 비리 감사를 하는 기능은 필요하고 또 언제든지 오케이다.
경제성 감사도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공기업을 감사할 때 경제성은 두 번째 문제다. 그 회사가 처음으로 생길 때 국가가 공기업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저렴하고 경제적이어서 생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 회사가 왜 공기업이 되었는지를 따져보고, 사건이 일어난 저간의 사정을 따져보고, 감사를 할지 말지 결정하고, 개별 사안을 판단해도 절대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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