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신문]
기후변화는 이제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다. 하지만 석유의 영향력은 이미 뼈에 새겨져 있다.
그래서다. 한전의 적자, 가스공사의 LNG 고가 현물구매.
정부 책임자가, 일부 언론매체들이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때리는 이 두 가지 주제는 모두 여전히 석유의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반증이다.
유가는 여전히 인접 연료인 가스와 석탄 가격의 근거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 평가에 유용한 기준이다. 이 사실을 놓고 유가의 추이를 보자.
지난 1월 배럴당 70달러였던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120달러를 찍고 내려와 현재는 110달러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2021년 초 54달러에 비하면 무려 두 배나 오른 것이다. 2020년 말에는 고작 42달러에 불과했다.
코로나19는 2020년 소비재 시장을 꽁꽁 얼렸다. 유가 역시 저수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각국 백신 접종으로 시장이 살아날 준비를 하던 2021년, 사우디와 러시아 등 산유국 그룹들은 감산을 시행했다. 유가 반등을 위해서였거나, 수요 저하를 예측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가는 또다른 계기를 만나 반등이 아니라 폭등했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다. 전쟁의 시발점이 무엇이었든, 이 두 나라의 갈등은 골이 깊은 것이었다. 분명히 이번 에너지 가격 폭등, 정확하게는 유가 폭등은 두 나라의 전쟁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유가 추이를 따라가면 한전의 적자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5년 동안 뭐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일시적 경색이다. 한전은 발전사 분리 이래로 국제유가에 따라 적자와 흑자를 반복해 왔다.
다만, 2020년 국제유가 침체기에 이은 2021년 국제유가 급등기를 만나 올해까지 그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력구입비 역시 극적으로 올라갔을 뿐이다. 그것을 알기에 과거 정부는 적자에 대해서도 흑자에 대해서도 큰 문제를 삼지 않아 왔다.
가스공사의 고가 현물(스팟) 구매 역시 이해해 주어야 한다. 지금은 북반구가 덥지만, 4개월여만 지나면 겨울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겨울이 다가오니 난방용 가스를 공급해야 할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 천연가스가 귀한 시절에는 2차 이용인 전기 생산보다는 1차 이용인 난방에 양보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천연가스 가격은 유가와 연동돼 있으나 올해 변동성이 더 커졌다. 마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 분쟁을 지난하게 이어 왔다. 러시아에 천연가스 빨대를 꼽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달러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가스공사로서는 가격이 더 오르는 겨울 전에 대량 수요를 끌어내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멈추지 않아 현물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 겨울은 천연가스 발전사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다.
한전의 적자, 가스공사의 고가 현물 구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내부에는 범인이 없음이 분명하다. 한전이 전기료를 올려 달라는 건, 가스공사 역시 가격을 인상하자는 건 강력한 화석연료의 영향력이 엄존하는 한 몰염치가 아니다.
코로나19도 범인은 아니다. 시장이 얼어붙어 원유 가격이 바닥을 찍었고, 이후 반등에는 경기 회복 또는 그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니 뭐라 할 수 없다. 감산을 결의한 산유국에 책임을 묻자니, 저유가에 본 적자를 만회한다고 하면 딱히 할 말도 없다.
지금 이 시점, 그리고 이후에 원유 가격과 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에너지 가격의 추이를 가늠하는 데 유용한 요소는 딱 하나다.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황이다. 그 어떤 도사와 법사보다, 푸틴과 젤렌스키에게 물어야 한다.
겨울을 앞둔 10월말까지 두 나라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국내외 에너지 가격은 꽤 오랫동안 고공 행진을 할 것이다. 물가도 오르는 마당에 이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더구나 우리의 손해를 그들에게 배상하게 할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
그 때문이다. 점차 소강 국면으로 가는 전쟁이 이럭저럭 끝나야 한다. 도시가스 가격이, 전기료가, 휘발유와 경유, 그리고 LPG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기 위해서다. 정부가 둘 사이에 끼어서 등 터질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다만, 열중할 일이 하나 있다. 국내에서 이 엄혹한 시기에 자원 배분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이 시기를 또한 지나 보내야 한다. 그 관리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새 정부의 능력이 여기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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