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에서] 기후변화센터의 아리송한 셈법(?)

‘환경 데이터 플랫폼’ 활용의 잘못된 예

강희찬 승인 2021.01.15 00:54 | 최종 수정 2021.01.15 00:56 의견 0

[에너지산업신문]

기후변화센터가 최근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기업들의 환경데이터 분석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보고서는 ‘환경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분석 내용은 국내 500대기업의 환경데이터로 ▲직·간접 온실가스 배출량(ton) ▲에너지 사용량(TOE) ▲미세먼지 배출량(ton) ▲물 재활용률(%) ▲폐기물 재활용률(%) 등이다.

이들 상장 기업이 정부에 환경데이터를 제공하고, 기후변화센터는 이를 받아서 2015~2018년까지 4년치 데이터를 재배열해 발표한 것이다.

발표를 위해 해당 데이터를 정리한 수고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보도자료의 주제 선정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 매출액 대비 계산시 3위로 떨어져’

해당 보도자료의 큰 제목이다. 첫 번째 부제는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1위가 어느 기업인지 밝혔다. 그 다음 부제는 매출액 10억원 당 배출량과 총 배출량 1위 기업을 비교했다.

이러한 보도자료 주제를 선정한 이유를 묻고 싶다. 매출액이 높으면 온실가스는 한도 끝도 없이 배출해도 된다는 뜻인지. 해당 보도자료의 다른 부분을 읽어 보면 매출액이 높은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조금은 감안해 줄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어디 그러한가. 매출액과도, 영업이익과도, 순이익과도 온실가스,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배출은 아무 관계가 없다. 무조건 덜 나와야 좋은 것이다. 누가 무슨 권리로 그런 사정을 감안해 준다는 말인가.

그런 사정 따위를 감안해 주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센터의 역할은. 총량, 지난해 실적, 최근 세계 추세를 고려해 각 기업을 독려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항목의 절대 평가에서 더 적합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그러나 기후변화센터가 정리한 것은 그게 아니다. 자료에서 기껏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만 상대 평가하고, 그 평가조차 매출액 기준으로 다시 줄을 세운 것에 불과하다. 그 결론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을 3위로 만드는 것이라니, 많이 허탈하다.

| “온실가스를 배출했지만 돈도 더 벌었어.” / “그래서? 뭐, 어쩌라고.”

최근 뉴스 지상에, 5인 미만 소기업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면제 대상이어야 하느냐를 놓고 말들이 많다. 필자의 소신으로는 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면제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온실가스는 함께 줄여나가야 한다.

모든 대기오염, 모든 환경오염은 그 자체가 줄여야 하는 것일 뿐이다.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그 모든 실적과 숫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만약에 필자에게 이 보고서에 대한 보도자료를 작성하라고 했다면, 각 기업의 4년간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 추세를 계산했을 것이다. 2015년에는 몇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던 기업이 2018년에는 얼마나 감축에 성공했는지를 보여 주었을 것이다.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재생에너지 100%로 기업 활동을 영위하자는 ‘RE100’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 시국에 한국의 심지어 ‘기후변화’ 대책 수립 및 감시의 ‘중심(center)’을 자처하는 곳이라면 이런 시시한 계산을 하는 데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또 한 가지 의문이 있다. 개별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기후변화센터 측이 굳이 부사까지 붙여준 이유가 뭘까.

공개하지 않은 건 꾸짖어야 하지만, 공개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을 믿어 주어야 할 이유도 없다. 더구나 그것이 투명하다고까지 할 일은 아니다. 그 회사가 공개한 자료는 그 회사의 주장이다. 불투명한지 투명한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센터는 검증을 위해 원자료를 ‘분석’했어야 했다. 그 검증 결과를 강조하는 보고서가 진정한 ‘분석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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