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에서] 에너지, 그래도 절약이 필수다

강희찬 승인 2020.10.23 20:49 | 최종 수정 2020.12.19 10:54 의견 0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사용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신재생에너지’라는 용어다.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붙여 놓은 말이다.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혼동되기 딱 좋은 개념이다. 각각은 정책 용어인 동시에 학술 용어다. 그 때문에 무 자르듯이 명쾌하게 정의되거나 정리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과 그 시행령 상에는 신에너지를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수소·산소 등의 화학 반응을 통하여 전기 또는 열을 이용하는 에너지’로 정의한다. 대표 품목은 수소에너지와 연료전지, 석탄·석유 가스화 에너지 등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햇빛·물·지열(地熱)·강수(降水)·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책 안에서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석유·석탄·원자력 또는 천연가스가 아닌 에너지’라는 점이다. 현재 사용되는 에너지 주종은 제외된다. 법률상 정의가 이렇게 된 이유는 ‘개발·이용·보급 촉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주종 에너지는 조금 덜 쓰고, 반대로 새로 개발된 에너지는 조금 더 쓰게 하기 위한 유인책이다.

학문에서는 신에너지나 재생에너지, 또는 신재생에너지의 정의를 따로 내려 줄 필요가 있다. 최소한 정책이나 법률상의 정의와는 다르고, 학자와 경우에 따라 정의와 범주, 특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예를 들어 중고교 과정이나 대학 등의 일반 교재에서는 일률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특징으로 ‘비고갈성’과 ‘환경친화성’, ‘기술지향성’ 등을 열거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에너지원은 모두 ‘기술지향성’을 띠고 있다. 과거 수십년 전만 해도 화석 에너지원의 고갈 시점을 이야기했지만, 최근 들어서 그러한 논의가 줄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좀 더 캐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석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나 친환경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돈이 더 많이 든다.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고갈성이나 환경파괴, 기술지향 등이 모두 동일하지만, 화석에너지와 비화석에너지를 굳이 비교하자면 ‘더하고 덜한’ 정도의 차이다. 이 점에 주목하면 신에너지나 재생에너지 역시 절약의 대상임을 알게 된다.

석유와 가스, 원자력과 석탄화력이 냉난방과 같은 주거 편의와 산업 생산, 나아가 산림녹화에까지 기여한 면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장점이 있더라도 절제가 필요한 때가 왔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다.

편리하다고 화석에너지, 원자력과 같이 오랜 기간 쌓아 빠르게 고갈되는 에너지원만 편중되게 쓰려 해서는 곤란하다. 여기에 좀 더 빨리 채워지고 좀 더 느리게 고갈되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혼소해야 한다.

거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보자.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발전할수록,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화석에너지원과 원자력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마침내 모든 에너지원의 소비를 골고루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고 또 유효하다. 신재생에너지원 역시 궁극의 무한성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친환경성의 끝판왕임을 증명할 수 없다면 더욱 그렇다.

결국, 모든 에너지원은 절약이 미덕이다. 아니,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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